반도체핵심공정
메모리 투톱 삼성·SK 반도체, 세계정상 제조 비결
웨이퍼 제조부터 출품까지 8대 공정 거쳐야
팹리스·파운드리·IDM 기업 역할도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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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부터 컴퓨터, 냉장고, 세탁기, TV 등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간다.
반도체가 없이는 전자기기를 이용할 수 없는 시대다.
정부는 지난 15일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고, 경기도 용인에 710만㎡(215만 평)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300조 원을, SK하이닉스는 120조 원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정부는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기흥, 화성, 평택, 이천 등 기존 반도체 생산단지 및 인근 소부장 기업, 팹리스 밸리(판교)와도 연계해 향후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완성시킬 계획이다.
반도체의 원재료 ‘웨이퍼’ 만들기
지난해 11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방명록 대신 웨이퍼에 나란히 서명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 웨이퍼가 바로 반도체의 원재료다.
웨이퍼는 고순도의 실리콘으로 만든 기둥(Ingot, 잉곳)을 얇게 썬 원형 모양의 판이다. 실리콘을 사용하는 이유는 지구에서 산소 다음으로 가장 많은 물질로,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도씨 고온에서 소자가 작동할 수 있고, 독성도 없다. 반도체 산업 초기에는 웨이퍼 지름이 3인치 정도로 작았지만, 최근엔 15인치까지 크게 만든다. 웨이퍼가 커지면 한 번에 여러 개의 IC칩(집적회로)을 만들 수 있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의 주력 제품은 12인치(300㎜)를 쓴다.
웨이퍼에 보호막 형성하는 ‘산화공정’
웨이퍼는 순수 실리콘이기 때문에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웨이퍼에 전기를 통하게 하기 위해선 다양한 작업이 반복되는데, 이 기초단계가 바로 산화막을 형성하는 ‘산화 공정’이다. 산화막은 회로와 회로 사이에 누설전류가 흐르는 것을 차단한다. 일종의 보호막 같은 개념으로, 오염물질이나 화학물질에서 생성되는 불순물로부터 실리콘 표면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산화막 형성에는 열산화, 전기 화학적 양극 처리, 플라즈마 보강 화학적 기상 증착(PECVD) 등이 있지만, 그중 열산화가 가장 보편적으로 쓰인다. 열산화 공정은 건식과 습식으로 나뉘는데, 주로 고온에서 산소나 수증기를 웨이퍼 표면에 뿌리는 습식 산화를 사용한다.
사진 현상하듯 설계도 그리는 ‘포토공정’
팹리스 기업이 설계한 회로는 산화 공정을 마친 웨이퍼 위에 그려진다. 이를 ‘포토공정’이라고 부르는데, 이 과정이 마치 필름 사진을 인화하는 것과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반도체 공정 중 가장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웨이퍼 표면에 빛에 민감한 물질인 감광액(PR)을 얇고 균일하게 도포해야 한다. 감광액 막이 형성된 웨이퍼는 사진 인화지와 같은 상태가 된다.
이때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이 담긴 마스크(MASK) 즉, ‘포토마스크’를 올려두고 빛을 통과시켜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과정을 거친다. 이때 사용되는 장비가 ‘노광장비’다. 이는 빛 파장에 따라 DUV와 EUV로 나뉘는데, 초미세공정을 위해선 주로 EUV가 많이 쓰인다. 현재로선 네덜란드의 ASML이 유일하게 EUV 장비를 생산하고 있어 ‘슈퍼 을(乙)’이란 별명도 붙었다.
포토공정의 마지막 단계는 ‘현상’으로, 일반적으로 사진을 현상하는 과정과 같다. 웨이퍼에 현상액을 뿌려 가며 노광 된 영역과 노광 되지 않은 영역을 선택적으로 제거해 회로 패턴을 형성한다. 이때 패턴의 형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포토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식각공정’
웨이퍼에 포토공정으로 회로 패턴을 그려냈다면,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야 한다. 이 과정을 ‘식각공정(Etching)’이라고 한다. 이 과정이 미술 시간에 배우는 판화의 한 종류인 ‘에칭 기법’과 비슷한 원리를 가져 ‘에칭’이라고 불린다.
판화가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해 벗겨 냈다면, 반도체는 날카로운 도구 대신 포토공정(틀)으로 부식 방지막을 형성하고, 습식 또는 건식 식각으로 불필요한 회로를 벗겨 낸다.
식각공정도 산화와 같이 물질에 따라 습식 식각과 건식 식각(플라즈마)으로 나뉜다. 이전에는 건식 식각이 비싸고 방법이 까다로워 습식 식각을 사용했으나, 최근엔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초미세공정, 수율을 높이기 위해 주로 건식 식각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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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적 특성을 입히는 ‘증착&이온주입 공정’
최근 반도체를 살펴보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자 회로를 단층이 아닌 수많은 층(layer)으로 쌓아 올린다. 층을 쌓기 위해선 웨이퍼 위에 박막(thin film)을 입히고, 회로 패턴을 그리고(포토공정), 이후 불필요한 부분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식각공정)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이 박막을 형성하는 단계가 바로 ‘증착(Deposition)’ 공정이다. 이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박막을 얼마나 얇고 균일하게 입혔는지다. 이 기술이 곧 반도체의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증착 공정은 물리적 기상 증착(PVD)과 화학적 기상 증착(CVD)으로 나뉘는데, 현재는 주로 ‘화학적’ 방법을 사용한다, 이는 외부 에너지에 따라 열, 플라스마, 광으로 나뉜다. 이중 플라스마는 저온에서 박막을 형성할 수 있고, 균일한 두께, 대량 처리 등의 장점이 있어 가장 많이 이용된다.
또 반도체가 전기적 특성을 가질 수 있도록 증착막에 이온을 주입하는 ‘이온주입공정’도 거친다. 이때 주입되는 이온은 붕소(B), 인(P), 비소(As) 등과 같은 불순물인데, 이를 웨이퍼 전면에 균일하게 넣어 전류가 흐르도록 만든다.
전기를 전달하는 길 ‘금속배선 공정’
전도성을 갖춘 웨이퍼는 회로에 전기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금속선을 연결하는 ‘금속 배선 공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소자를 작동시키고 각자의 신호가 섞이지 않고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
금속배선으로 사용되기 위해선 6가지 조건(부착성, 낮은 전기저항, 안정성, 패턴 형성 용이성, 높은 신뢰성, 가격 등)을 갖춰야 한다. 이 조건들을 갖춘 대표적인 금속으로는 알루미늄(Al), 구리(Cu), 티타늄(Ti), 텅스텐(W)이 있다.
기존에는 알루미늄을 사용했지만, 최근 금속선의 선폭이 줄면서 더 이상 알루미늄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최근에는 알루미늄보다 더 단단하고, 열에 강한 ‘구리’를 사용한다. 저항성도 알루미늄보다 30% 더 낮다. 그러나 구리도 알루미늄과 같이 실리콘은 물론 이산회 규소와도 섞이려는 경향이 있어 ‘베리어 메탈(Barrier Metal, 두 접합면 사이를 막는 금속)’를 형성(증착)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베리어 메탈을 형성하기 위해선 금속을 진공 기기에 넣고, 낮은 압력에서 끓이거나 전기적 충격을 준다. 이때 금속은 증기 상태가 되는데, 웨이퍼를 진공기기에 넣으면 얇은 금속막이 형성된다.
첫 번째 양품 판별 테스트 ‘EDS 공정’
완성된 웨이퍼는 양품인지 판별하기 위해 세 번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EDS 테스트가 바로 첫 번째 테스트로, 전기적 특성 검사를 통해 웨이퍼 상태인 각각의 칩들이 양품인지 측정한다. 양품이 될 가능 여부를 판단해 수선이 가능한 칩은 다시 양품으로 만들고, 불가능한 칩은 불량으로 판정해 더 이상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EDS 테스트는 양품 판별 외에도, 웨이퍼 제조 공정이나 설계 공정 중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EDS 테스트는 총 5단계를 거친다. 우선, ET(Electrical Test) 테스트를 통해 반도체 집적회로(IC)에 필요한 개별소자들에 대해 전기적 직류전압, 전류 특성의 파라미터가 작동하는지 판별한다. 이후 웨이퍼에 열과 전압을 가해 제품의 약한 부분, 결함 부분 등 잠재적인 불량 요인을 찾아내는 ‘WBI(Wafer Burn In)’를 거쳐 제품의 신뢰성을 높인다.
상온보다 높거나 낮은 온도에서 전기적 신호를 통해 웨이퍼 상의 각각의 칩들이 정상인지 이상이 있는지를 판정하는 ‘프리 레이저’ 테스트를 거친다. 이때 수선이 가능한 칩은 수선공정으로 처리하도록 보낸다. 수선이 가능한 칩들은 레이저빔을 이용해 수선한다. 수선이 끝나면 다시 ‘포스트 레이저’ 테스트를 통해 불량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불량으로 판별된 칩들엔 육안으로 불량을 판별할 수 있도록 특수 잉크를 찍는 ‘Inking’ 과정을 거친다.
출품 전 마지막 단계 ‘패키징’
모든 테스트를 거쳐 양품으로 판별된 반도체는 최종 단계인 ‘패키징(Packaging)’을 거쳐 시장에 나오게 된다. 이는 집적회로와 전자기기를 연결하고 고온, 고습, 화학약품, 진동·충격 등의 외부 환경으로부터 회로를 보호하기 위한 공정으로, 매우 중요한 단계다.
우선 웨이퍼에 놓인 수백 개의 칩을 낱개로 잘라낸 뒤 금속 기판 위에 올리고, 칩의 접점과 기판의 접점을 금속선으로 연결한다. 금속선이 연결된 칩들은 열과 습기 등 물리적 환경으로부터 집적회로를 보호하고, 원하는 형태의 패키지로 만들기 위한 ‘성형(몰딩)’ 공정을 거친다. 반도체 칩을 화학 수지로 밀봉하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반도체가 완성된다.
패키징 공정이 완료되면, 최종적으로 불량 유무를 선별하는 파이널 테스트 즉, ‘패키지 테스트’를 진행한다. 반도체를 검사장비에 넣고 다양한 조건의 전압이나 전기신호, 온도, 습도 등을 가해 전기적 특성과 기능, 동작 속도를 측정한다. 이 과정에서 테스트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제조 공정이나 조립공정에 피드백을 줄 수 있어 제품 품질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모든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은 양품의 ‘반도체’로 완성된다.
팹리스? 파운드리? 삼성, SK는 어떤기업?
그렇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반도체 기업으로 유명한 회사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까 반도체 기업은 크게 ▲팹리스(Fabless)/칩리스(Chipless) ▲파운드리(Foundry) ▲OSAT ▲IDM 등 4종류로 나눌 수 있다.
팹리스 기업은 칩의 내부 구조를 설계하는 회사다. 이들은 반도체 생산공장을 갖는 대신, 파운드리 기업에 생산을 맡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엔비디아, 퀄컴, 브로드컴, AMD 등이 있다.
국내 기업으론 삼성전자(시스템 LSI사업부), LX세미콘, 실리콘웍스 등이 있지만, 점유율은 1%에 그친다. 칩리스 기업은 반도체 칩을 제조하지 않고, 설계만 하는 기업이다.
반도체를 설계한다는 점에선 팹리스와 같지만, 설계 라이선스 즉, IP(지식재산권)를 사용하는 기업들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자신의 브랜드로 칩을 판매하거나 유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업계는 IP 기업이라 칭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론 영국 ARM과 미국 Synopsys 등이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이 ARM의 IP를 사용 중이다.
‘파운드리’는 팹리스 기업이 설계한 대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기업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시장이다. 주로 팹리스, 칩리스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다.
현재 글로벌 1위 기업은 대만 TSMC로, 점유율 60%에 이른다. 뒤이어 삼성전자가 점유율 약 16%로 2위를 기록 중이다. 이 외에도 UMC, 글로벌파운드리, SMIC, DB하이텍 등이 있다.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반도체 후공정)는 파운드리를 통해 1차 완성된 칩을 시장에 내보내기 전 성능 검사 및 포장하는 단계다. 주로 반도체 후공정이라고 불린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대만의 ASE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로 대만 및 중국업체들이 톱 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패스, 하나마이크론, 엘비세미콘, SFA 반도체 등이 있지만,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IDM(Integrated Device and Manufacturer, 종합반도체 회사)은 회로 설계부터 파운드리, OSAT까지 반도체 생산을 위한 모든 역량을 갖춘 종합반도체 기업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인텔과 마이크론, 일본의 도시바, 소니 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램(RAM)과 D램,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 상품으로 하고 있다.
반면, 인텔과 퀄컴은 각각 CPU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에서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시스템 반도체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돼 삼성전자도 비메모리 분야에 투자를 지속하며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