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관계 삼성전기·LG이노텍, 미래 먹거리 시장인 ‘FC-BGA’서 격돌
글로벌 차세대 반도체 기판 시장 선점 위한 투자 적극적 행보 이어가
삼성전기 1조원·LG이노텍 4100억원 투자…새 시장 놓고 치열한 경쟁
5G·AI·자동차전장·자율주행차 등 최첨단 고성능 중심 반도체 수요 증가
반도체 생산 공정 까다로워지는 추세…진입 장벽 높아 대규모 투자 필요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라이벌 관계에 있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글로벌 차세대 반도체 기판 시장을 놓고 피할 수 없는 숙명의 승부가 전개된다.
전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Omicron·O/ο)의 확산세까지 겹치면서 비대면 언택트(Untact) 방식의 비대면 솔루션(Untact Solution)은 일상화가 됐다.
이로 인해 비대면 사회가 정착되면서 필연적으로 언택트(Untact)의 핵심인 반도체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나비효과로 반도체 기판의 판매까지 증가하면서 업계에서는 고성능 반도체 기판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양대 부품업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의 핵심 캐시카우(Cash Cow·수익 창출원)는 겹치지 않아 본격적인 경쟁 상황은 펼치지는 않았다. 다만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전자부품 회사라는 공통점과 함께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 간의 라이벌 구도로 인해 두 회사는 라이벌 아닌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왔다.
실제로 두 회사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력제품은 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Multi Layer Ceramic Condenser, Multi Layer Ceramic Capacitor),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이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기 매출의 48%가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 사업부로부터 나왔다. 같은 기간 LG이노텍도 카메라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가 매출의 84%를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올해 들어 나란히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으면서 새 시장을 놓고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결국 삼성과 LG 등을 포함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반도체 기판 투자에 나섰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FC-BGA 시설 및 설비에 4130억원 투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사업담당과 개발담당 등 임원급 조직을 신설하며 사업을 준비해왔다. 업계는 후발주자인 LG이노텍이 비교적 쉽게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미 40년 가까이 반도체 기판을 다뤄오며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다.
기판소재사업을 통해 축적한 초미세회로, 고집적·고다층 기판 정합(여러 개의 기판층을 정확하고 고르게 쌓기) 기술, 코어리스(Coreless·반도체 기판의 코어층 제거) 기술 등을 FC-BGA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LG이노텍은 5G 밀리미터파 AiP(안테나인 패키지)를 성공한 경험이 있는데 이는 FC-BGA와 유사한 제조 공정으로 분류된다.
LG이노텍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판 사업 역량을 활용해 FC-BGA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손길동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전무)는 “모바일에서 서버와 PC, 통신네트워크, 차량 등으로 기판 사업 분야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기 역시 이미 지난해 말 FC-BGA 생산 설비 구축에 8억5000만달러(약 1조1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경영선회로기판(RFPCB)등 손실을 내던 사업을 정리하고 MLCC에 더불어 FC-BGA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기는 2002년부터 PC용을 생산해왔는데 서버용 FC-BGA 시장에 진출하기로 하며 제품 고도화에도 시동을 걸었다.
안정훈 삼성전기 패키지지원팀장(상무)는 지난달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Conference Call·전화회의)에서 “베트남 투자 건과 별개로 고부가 서버용 FC-BGA 개발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포트폴리오 강화와 매출 다변화 차원에서 MLCC와 더불어 FC-BGA 역시 주력사업으로 밀고 있다”며 “차세대 IT, 5G, 오토모티브, 전장 시장이 성장하는 것과 관련해 효과적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해 시장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FC-BGA는 반도체 칩을 메인기판과 연결해주는 반도체용 기판이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 중 PC와 서버, 중앙처리장치(CPU·Central Processing Unit)와 그래픽처리장치(GPU·Graphic Processing Unit) 등에 사용된다. 주로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이나 서버, 자율주행 등을 포함해 고성능이 요구된 제품에 쓰인다.
반도체 기판 중 가장 만들기 어렵고 높은 기술 숙련도를 필요로 한다. 진입장벽이 높은 탓에 수요가 공급보다 높은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는 최첨단 성능의 제품 중심으로 시장 수요도 바뀌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IMT-2020), AI, 자동차전장(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전자장비), 자율주행차 등을 비롯해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반도체 생산 공정도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포함시켜야 할 전기 회로 수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전체 칩 크기는 제한적이다. 이에 단순히 반도체 칩을 담았던 기판 역시 기술 진화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또 코로나19 이후 디지털화가 급진전되면서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어 미래성과 수익성이 모두 담보되는 사업에 기술력을 갖춘 두 회사가 미래 비즈니스 사업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국내 업체들도 초기 생산물량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 경쟁에 합류한 상태다. 양사는 모두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스마트폰용 기판 사업을 철수했지만 FC-BGA의 경우 높은 진입장벽 덕분에 당분간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프리스마크에 따르면 고성능 반도체 기판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10%씩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 가운데 이 중 FC-BGA가 전체의 47%를 차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FC-BGA 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로 불리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초기에 있기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며 “현재 기업들은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부품사업 특성상 대규모 투자 경쟁을 펼치는 상황으로 포스트 코로나 이후까지 대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http://www.newswatch.kr/news/articleView.html?idxno=58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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