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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나노미터'가 뭐길래…끝이 안보이는 차량 반도체 대란
28나노미터 반도체, 자동차와 IT 기기 내 필수 부품
수요 흡수 역부족, 장비 증설 하기엔 수지타산 안맞아
일본 처럼 정부 지원 없이는 반도체 수급난 해소 어려워
수요 흡수 역부족, 장비 증설 하기엔 수지타산 안맞아
일본 처럼 정부 지원 없이는 반도체 수급난 해소 어려워
'반도체 대란'의 끝이 안 보인다. 작년 내내 완성차 업계를 괴롭힌 반도체 부족 사태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거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이유는 단순한데 셈법은 복잡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와 '집콕 수요'가 차와 가전 기기에 대한 욕망을 이끌어냈고 기기와 차량 부품인 반도체 수요는 늘었다. 그런데 선뜻 생산을 늘리려는 곳은 없다고 한다.
▲ XM3의 유럽수출 선적 개시 모습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자동차 판매는 52만8788대로 전년 동월보다 11.5% 감소했다. 내수 9만3900대(19.2%), 해외가 43만4888대(9.7%)를 기록했는데, 반도체 수급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상무급 임원은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그룹은 코로나19로 출장 제한 조치를 내걸었지만,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자 임원을 급파한 것이다. 또 BMW는 '터치 스크린' 등 자사의 핵심 사양을 제거하며 '마이너스 옵션'까지 내놓은 실정이다.
"필요할때마다 주문" 완성차 vs "규모의 경제 추구" 반도체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진 이유는 완성차와 반도체 산업 간의 본질적인 생산구조 차이에서 나온다. 현대차를 비롯해 완성차 업계는 'JIT(적기공급생산, Just-in-Time)'라는 생산 방식을 통해 적은 재고로 공장을 운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부품 주문량도 대폭 줄였다.
하지만 이는 '판단 미스'였다. 2020년 9월부터 수그러들었던 자동차 판매량이 종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그때부터 부랴부랴 부품 주문에 나섰다.
반면 반도체는 대표적인 프로세스 산업으로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가능한 같은 모델을 한꺼번에 많이 생산하는 형태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반도체 공장은 남는 생산라인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전·스마트폰용 반도체 생산에 할당했다. 팬데믹 시대 재택근무, 비대면 회의 등이 많아지자 정보기술(IT)용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다.
모스펫 28나노미터 반도체가 뭐길래
차량용 반도체 대부분이 이런 IT 반도체에도 쓰이는 모스펫(MOSFET) 계열이다. 특히 모스펫 계열 중 가장 마지막 세대인 28nm(나노미터) 공정 반도체다.
28nm 반도체는 비싸지 않지만 성능이 우수한 '가성비 부품'으로 IT와 완성차 업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부품이다.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하자 이런 기초적인 제품이 동이나기 시작한 것이다.
박정규 한양대학교 공학대학 겸임교수는 "모스펫에서 시작해 FinFET(핀펫) 구조를 거쳐서 GAA(Gate-All-Around) 반도체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업체들이 구식 기술인 모스펫 28나노미터 공정으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수지타산이 안 맞는 상황에선 대규모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완화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 TSMC 로고 [TSMC 웹사이트 캡처]
대만의 TSMC는 2011년, 삼성전자는 2012년에 28nm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의 첨단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에 주력하게 되면서 10년 전 기술인 28nm 반도체를 만들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TSMC는 되레 28nm 반도체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TSMC는 일본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2024년 말부터 22∼28nm 반도체 제품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 TSMC는 이 공장 건설을 위해 애초 계획보다 1800억 엔(약 1조9000억 원) 많은 9800억 엔(약 10조1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추가 발표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업체가 공장을 신설했다고 하더라도 공급은 일 년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반도체난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도체 문제, 올해 안에 끝나긴 어려워"
반도체 공급난이 올 상반기에 끝날 거라는 당초 예상보다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열린 제네시스 G90 미디어 행사에서 "반도체 수급난은 글로벌 OEM이 모두 겪는 문제로 상반기까지는 공급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으로도 반도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최대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 시장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라트 악셀 폭스바겐 조달 담당자는 최근 독일 '오토모빌보케'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반도체 부족이 올해 안에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반도체에 대한 가수요(假需要)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수요란 가격 인상이나 물자 부족을 예상하여 당장 필요한 물품이 아니더라도 미리 구입해 두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반도체 재고 확보에 국가·기업 총력
이런 상황에서 가장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곳은 바로 일본이다. 박진섭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TSMC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데에는 내수를 지키기 위한 일본 정부의 역할이 컸다"며 "장비투자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런 지원이 없었다면 옛 기술인 28nm 공정에 공을 들이긴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삼성전자한테도 몇몇 국가들이 물밑작업을 했을 지도 모른다"며 "삼성도 정부 지원 등이 있으면 28나노미터 공정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TSMC에 4000억 엔(약 4조1400억 원)을 지원한다. 기업들도 TSMC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일본의 소니와 덴소가 주주로 참가함에 따라 구마모토 공장에서 생산될 반도체는 소니와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에 우선 공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변화하는 완성차 생산·공급 시장
토요타는 일명 '토요타 생산방식(TPS·Toyota Production System)'을 통해 반도체 대란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의 초기 때도 4개월 분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었다.
토요타는 과거 동일본 대지진에서 교훈을 얻었다. 당시 일본 반도체 메이커인 '르네사스'의 나카 공장의 지진 피해로 인한 가동 중단 사태로 반도체가 가지는 생산시스템의 특수성을 파악했다. JIT 방식에서 벗어난 토요타는 직접 반도체 재고량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적정 재고량도 대폭 확대시켰다.
아울러 반도체에 대한 가격 결정권이 완성차에서 반도체 메이커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미국에 임원을 급하게 파견한 것도 반도체 업체들의 입김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다.
TSMC는 작년 10월에 반도체 가격을 20% 인상했다. 그런데도 완성차를 비롯해 반도체를 직접 구입해서 부품을 만드는 '티어1' 회사까지도 적극적으로 높은 가격을 수용하고 있다. 지금은 가격보다 수량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내 티어1 부품사인 덴소는 올 2월에 있었던 결산기자회견에서 반도체 가격을 최고 10% 정도까지 올려서 구입하겠다고 밝혔고, 토요타도 비용 인상분을 같이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테슬라의 경우 특정 반도체가 부족하면, 대체할 다른 반도체를 찾아서 불과 2~3주만에 그 반도체에 내장시킬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새로 제작하는 식이다.
▲ XM3의 유럽수출 선적 개시 모습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자동차 판매는 52만8788대로 전년 동월보다 11.5% 감소했다. 내수 9만3900대(19.2%), 해외가 43만4888대(9.7%)를 기록했는데, 반도체 수급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상무급 임원은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그룹은 코로나19로 출장 제한 조치를 내걸었지만,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자 임원을 급파한 것이다. 또 BMW는 '터치 스크린' 등 자사의 핵심 사양을 제거하며 '마이너스 옵션'까지 내놓은 실정이다.
"필요할때마다 주문" 완성차 vs "규모의 경제 추구" 반도체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진 이유는 완성차와 반도체 산업 간의 본질적인 생산구조 차이에서 나온다. 현대차를 비롯해 완성차 업계는 'JIT(적기공급생산, Just-in-Time)'라는 생산 방식을 통해 적은 재고로 공장을 운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부품 주문량도 대폭 줄였다.
하지만 이는 '판단 미스'였다. 2020년 9월부터 수그러들었던 자동차 판매량이 종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그때부터 부랴부랴 부품 주문에 나섰다.
반면 반도체는 대표적인 프로세스 산업으로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가능한 같은 모델을 한꺼번에 많이 생산하는 형태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반도체 공장은 남는 생산라인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전·스마트폰용 반도체 생산에 할당했다. 팬데믹 시대 재택근무, 비대면 회의 등이 많아지자 정보기술(IT)용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다.
모스펫 28나노미터 반도체가 뭐길래
차량용 반도체 대부분이 이런 IT 반도체에도 쓰이는 모스펫(MOSFET) 계열이다. 특히 모스펫 계열 중 가장 마지막 세대인 28nm(나노미터) 공정 반도체다.
28nm 반도체는 비싸지 않지만 성능이 우수한 '가성비 부품'으로 IT와 완성차 업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부품이다.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하자 이런 기초적인 제품이 동이나기 시작한 것이다.
박정규 한양대학교 공학대학 겸임교수는 "모스펫에서 시작해 FinFET(핀펫) 구조를 거쳐서 GAA(Gate-All-Around) 반도체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업체들이 구식 기술인 모스펫 28나노미터 공정으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수지타산이 안 맞는 상황에선 대규모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완화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 TSMC 로고 [TSMC 웹사이트 캡처]
대만의 TSMC는 2011년, 삼성전자는 2012년에 28nm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의 첨단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에 주력하게 되면서 10년 전 기술인 28nm 반도체를 만들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TSMC는 되레 28nm 반도체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TSMC는 일본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2024년 말부터 22∼28nm 반도체 제품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 TSMC는 이 공장 건설을 위해 애초 계획보다 1800억 엔(약 1조9000억 원) 많은 9800억 엔(약 10조1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추가 발표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업체가 공장을 신설했다고 하더라도 공급은 일 년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반도체난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도체 문제, 올해 안에 끝나긴 어려워"
반도체 공급난이 올 상반기에 끝날 거라는 당초 예상보다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열린 제네시스 G90 미디어 행사에서 "반도체 수급난은 글로벌 OEM이 모두 겪는 문제로 상반기까지는 공급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으로도 반도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최대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 시장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라트 악셀 폭스바겐 조달 담당자는 최근 독일 '오토모빌보케'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반도체 부족이 올해 안에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반도체에 대한 가수요(假需要)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수요란 가격 인상이나 물자 부족을 예상하여 당장 필요한 물품이 아니더라도 미리 구입해 두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반도체 재고 확보에 국가·기업 총력
이런 상황에서 가장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곳은 바로 일본이다. 박진섭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TSMC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데에는 내수를 지키기 위한 일본 정부의 역할이 컸다"며 "장비투자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런 지원이 없었다면 옛 기술인 28nm 공정에 공을 들이긴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삼성전자한테도 몇몇 국가들이 물밑작업을 했을 지도 모른다"며 "삼성도 정부 지원 등이 있으면 28나노미터 공정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TSMC에 4000억 엔(약 4조1400억 원)을 지원한다. 기업들도 TSMC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일본의 소니와 덴소가 주주로 참가함에 따라 구마모토 공장에서 생산될 반도체는 소니와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에 우선 공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변화하는 완성차 생산·공급 시장
토요타는 일명 '토요타 생산방식(TPS·Toyota Production System)'을 통해 반도체 대란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의 초기 때도 4개월 분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었다.
토요타는 과거 동일본 대지진에서 교훈을 얻었다. 당시 일본 반도체 메이커인 '르네사스'의 나카 공장의 지진 피해로 인한 가동 중단 사태로 반도체가 가지는 생산시스템의 특수성을 파악했다. JIT 방식에서 벗어난 토요타는 직접 반도체 재고량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적정 재고량도 대폭 확대시켰다.
아울러 반도체에 대한 가격 결정권이 완성차에서 반도체 메이커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미국에 임원을 급하게 파견한 것도 반도체 업체들의 입김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다.
TSMC는 작년 10월에 반도체 가격을 20% 인상했다. 그런데도 완성차를 비롯해 반도체를 직접 구입해서 부품을 만드는 '티어1' 회사까지도 적극적으로 높은 가격을 수용하고 있다. 지금은 가격보다 수량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내 티어1 부품사인 덴소는 올 2월에 있었던 결산기자회견에서 반도체 가격을 최고 10% 정도까지 올려서 구입하겠다고 밝혔고, 토요타도 비용 인상분을 같이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테슬라의 경우 특정 반도체가 부족하면, 대체할 다른 반도체를 찾아서 불과 2~3주만에 그 반도체에 내장시킬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새로 제작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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