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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와 NFT

낙관론 가득한 NFT 아트, 이미 레드오션?

by 아담스미스 2022.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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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론 가득한 NFT 아트, 이미 레드오션?

 

 
 

IT업계에서 최근 가장 큰 화두가 ‘NFT(대체 불가능 토큰)’다. 코인 투기 광풍, Play to Earn 게임, 스캠 등 온갖 블록체인 플랫폼 논쟁에 둘러싸여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NFT는 상당한 가능성을 안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예술가들은 NFT에 거는 기대가 크다. 블록체인 기술은 음악, 미술, 영상 등과 결합했을 때, 콘텐츠의 소유 자격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러므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NFT를 통해, 지금까지는 제대로 책정되지 못했던 디지털 미술품의 가치와 거래를 가능하게 할 수단이 될 것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투자 수단으로의 예술품

NFT로 거래되는 예술 작품들을 논하기 전에, 먼저 예술품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사회적 가치에 대해 새삼스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술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모호하기 그지없는 장르다. 사람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미에 대한 개념이 다르고, 미를 표현하려는 인간의 행위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어떠한 작품은 보편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이라 칭송된다. 하지만 어떤 작품은 누군가는 감동적인 예술품이라며 치켜세우는 한편, 다른 누군가는 질 낮은 장난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특히 현대 미술이 그러한 경향성이 강한 편이다.

▲현대의 예술은 투자 수단으로의 가치를 크게 인정받는다

예술품의 작품성을 규정지을 수 없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예술품의 작품성과는 별개로, 계측할 수 있는 또 다른 기준은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가격’이다. 예술은 그 자체로 신성하지만, 예술 작품에는 분명히 시장에 통용되는 가격이 붙게 된다. 현대의 예술품은 분명히 투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시장에는 예술품의 제작 단계부터 금액적인 지원을 하는, 혹은 완성된 작품을 제값을 주고 매입하는 투자자가 존재한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다시 다른 투자자 혹은 수집가들끼리 보유한 예술품에 웃돈을 얹어 거래를 한다. 세상에 투기의 대상은 실로 다양하다. 사실상 우리 눈앞의 모든 것들은 투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한 투기 대상 중에서도 예술품은 가장 그 가치가 높게 매겨지는 ‘투기 수단’임을 부정할 수 없다.





NFT 예술을 어떻게

볼 것인가

새삼 NFT의 개념에 대해 논하자면,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기술’이라 정의할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에 복제나 위조가 불가능한 암호를 블록체인으로 붙여, 고유한 원본성과 소유권을 나타낼 수 있는 기술이다. 이렇게 생성된 자산을 코인의 하위 개념인 ‘토큰’으로 보기 때문에 NFT라고 부르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붙은 NFT는 다른 이에게 양도할 수도 있으며, 양도할 때마다 이를 증명하는 블록체인이 계속 붙게 되는 구조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토큰, NFT

지금이야 주로 코인, 토큰을 활용한 게임과 얽혀서 이야기되지만, 대중들에게 처음 NFT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예술품’을 통해서였다. NFT로 만들어진 미술품이 몇억 원의 금액으로 팔려나갔다는 이야기가 매체를 통해 뉴스로 전해지면서, 그리고 이를 사람들이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주목을 끌게 된 것이다. 밈으로 유명한 Nyan Cat의 Gif 이미지, 일론 머스크가 대충 부른 노래 한 소절을 녹음한 음성 파일, 미국 NBA 톱샷이 만든 선수들의 카드 이미지 등이 NFT로 만들어지자, 사람들이 모여 몇억 원을 호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초창기 대중들은 이를 ‘신기한 뉴스’로 받아들였고, 또 소비했다.

NFT에 붙은 체인의 의미

지금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NFT로 주조된 콘텐츠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디지털 콘텐츠라는 것은 그야말로 누구나 쉽게 복제하고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거액의 거래가 성사된 Nyan Cat의 예를 살펴보자. 우리는 지금 바로 검색창에 이 작품의 키워드만 입력하면, NFT로 주조된 작품과 완전히 동일한 파일을 어렵지 않게 바로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걸 거액의 금액을 지불해 사고, 또 여기에 웃돈을 얹어 다시 파는 광경은 쉬이 이해하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NFT는 가치를 증명하는 일종의 보증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NFT를 일종의 ‘보증서’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에 걸린,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가치 있는 미술품으로 알려진 ‘모나리자’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어디서든 모나리자 그림을 구할 수 있다. 이미지로도, 사진으로도, 혹은 이를 모작한 실물 그림으로도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수 있다. 전 세계에 모나리자가 널려있음에도 우리가 실제로 모나리자라 부르는 그림은 오직 루브르 박물관에만 존재한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작품만 우리가 진짜 모나리자라 부르는 이유는 이를 루브르 박물관이 진품이라 ‘보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NFT로 주조된 미술품도 똑같다. 내용으로는 인터넷에 널린 파일이 모두 동일할 수 있지만, 블록체인으로 오리지널이라 보증을 받는 파일은 전 세계에 오직 하나만 존재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바로 여기에 가치를 부여하고, 또 다른 수집가들에게 이를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도, 공급도 충만한

NFT 마켓

비플의 작품을 콜라주한 NFT 예술품은 784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디지털 미술품이 주를 이루는 NFT의 거래액은 해가 갈수록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작년 글로벌 NFT 시장이 440억 달러 규모에 달한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NFT 미술품은 현재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데, 가장 큰 플랫폼으로 꼽히는 곳은 ‘오픈씨’로 꼽힌다. 오픈씨 플랫폼은 가장 대중적인 NFT 마켓으로 통용된다. 이곳에서 유통 중인 NFT는 2000만 개를 넘으며, 지난 2021년 3분기 매출은 13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NFT 크립토펑크의 9개 토큰에 대한 경매는 약 1,70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신기한 뉴스로 전해지던 NFT 발행과 거액의 거래 체결 소식은 더는 뉴스거리가 아니다. 많은 회사들이 이제는 자사의 콘텐츠를 NFT로 발행해 내놓고 있다. NFT의 시초로 꼽히는 크립토키티의 고양이 ‘드래곤’이 11만 달러의 암호화폐로 거래되며 처음 대중들의 이목을 끈 이후,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이력서 NFT는 2만 3천 달러에, 잭 도시 트위터 창업주의 첫 트윗 NFT는 290만 달러에, 간송미술관이 만든 훈민정음 해례본은 개당 가격이 1억 원에 달하는 100개의 NFT가 순식간에 팔렸다. 미술품 경매장 못지않게 NFT 마켓에서도 활발하게 거래가 벌어지고 있다. 수요도, 공급도 충만한 상황인 것이다.





초심자의 운을

기대할 수 없는 시장

그러다 보니, 이제는 시장 초창기의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초창기에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작품들이 NFT로 만들어져 팔렸고, 또 여기에 프리미엄이 붙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멀게 느껴지는 NFT지만 이미 이 분야에 투자를 하는 이들의 투자 규모는, 그리고 작품을 바라보는 눈은 짧은 시간 사이에 일반적인 대중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성장해 있다.

간송미술관이 발행한 훈민정음 해례본 NFT

하나의 플랫폼에서 2천만 개가 넘는 토큰이 거래되는 상황이니, 이제는 일반적인 예술 시장에서의 논리를 적용해야 할 때라 할 수 있다. 예술가 개인이 오로지 개인의 역량으로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NFT 아이템을 내놓기 이전부터 구매자를 모을 수 있는 지명도를 갖춰야 하고, 투자자들이 프리미엄을 붙일 수 있을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야만 한다. 창작자들에게 있어서 NFT 마켓은 이제, 감히 기존의 예술 시장 못지않은 레드오션이라 평하고 싶다. 스스로의 작품을 NFT로 도전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은 지금의 시기가 자신감과 낙관론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착실하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 험난한 시기라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블루오션이라 모두가

믿는 레드오션

NFT의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를 비웃는 대표적인 사례로 일론 머스크의 ‘어그로’가 주로 꼽힌다. 일론 머스크가 아무렇게나 부른 노래 한 소절을 NFT로 만들겠다고 장난스럽게 발표하자, 여기에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11억 원까지 경매가가 치솟는 일이 있었다. 결국 일론 머스크의 발표는 현실이 되지는 않았고, 많은 사람들은 이를 ‘아무거나 NFT로 만들어 올리면 돈이 되는 이상한 시장이 있다’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과연 이를 그리 단순하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의 노래 한 소절은 장난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인’이 내놓는 그의 ‘최초’이자 당시로는 ‘유일’한 ‘행위예술’ NFT라고도 볼 수 있다. 그 스스로는 장난스럽게 만든 콘텐츠라 하더라도, 여기에는 어마어마한 배경 스토리가 따라붙게 된다. 이렇게 행위예술 NFT로 일론 머스크의 노래를 바라보면, 11억 원이라는 가격은 절대 터무니없이 비싼 것이 아니다. 심지어 멀지 않은 시점에 프리미엄이 붙어 더 높은 가격에 재판매될 것이 자명한, 성공이 확실히 보장될 투자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NFT 예술품 분야에서도 하나의 이정표를 남긴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예로 든 모나리자는 단순히 잘 그린 그림이어서 세계 최고의 미술품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모나리자는 1911년 도난사건을 통해, 진본이 얼마간 프랑스를 떠나 이탈리아에서 떠도는 상황을 겪은 바 있다. 프랑스 국민들은 이에 분노했고 모나리자를 되찾아오자는 운동으로까지 일이 커지면서, 모나리자의 가치가 순식간에 상승해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됐다. 예술품이 예술성 그 자체로 가치가 오르는 일은 흔치 않다. 배경 스토리, 즉 ‘마케팅’ 면에서의 투자가 수반되지 않은 예술품은 쉽게 인정을 받기 힘들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예술성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NFT 마켓도 그런 상태다. 충분한 마케팅 활동 없이, 그저 NFT로 뭔가를 내놓기만 하면 큰돈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만 가지고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 우리나라에는 늦게 알려졌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NFT는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NFT 시장에 물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곧 예술가 스스로를 투자 시장에, 작품의 예술성에 투자 가치를 부여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임을 인정하고 숙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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