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공장 움직인다…스마트팩토리 팔 걷은 기업들
현대위아∙현대무벡스 등 ‘범현대가’ 앞장서…스마트팩토리, AGV 중심으로 성장
글로벌 산업 환경은 증기기관∙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과 전기 동력에 의해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 컴퓨터∙인터넷 기반 정보혁신으로 요약되는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현재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IT)이 기존 산업과 서비스에 융합돼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사물을 지능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스마트팩토리(지능형공장)’다. 스마트팩토리는 공장 내 장비와 기기에 IoT를 설치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목적에 따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공장을 말한다.
최근 산업계에서 스마트팩토리가 떠오르자 국내 기업들은 ‘자동화 설비(FA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화 설비는 기기나 설비가 수행해야 할 동작과 순서, 고장 시 대응동작 명령 등을 제어장치에 미리 입력해 공정을 자동화하는 기기를 뜻한다.
자동화 설비는 생산능력 향상과 품질 유지, 비용 절감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점을 갖고 있다. 이에 자동차와 조선 등 대형 산업현장에서부터 공장이나 건물∙제품의 중앙시스템 제어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팔∙다리’ 역할하는 무인 운송로봇, 집품 시스템
자동화 설비는 분야별로 ‘프로세스 산업’과 ‘조립 산업’에 적용된다. 프로세스 분야엔 자동화를 통한 연속 제조 공정과 대량 생산이 필요한 ▲석유∙가스 ▲화학 ▲식품∙음료 ▲광업∙금속 ▲전력 ▲제약 ▲제지∙펄프 산업 등이 있다. 조립 분야엔 자동화를 통해 공정의 일관성∙품질 향상과 작업 시간 단축 등을 요하는 ▲물류 ▲자동차 ▲반도체 ▲전자기기 ▲기계 제조 ▲항공우주 ▲방위 ▲의료기기 산업 등이 있다.
최근 기업들이 도입하는 자동화 설비엔 고정노선운송로봇(AGV·Automated Guided Vehicle)과 자율주행운송로봇(AMR·Autonomous Mobile Robot), 집품(Piece Picking) 시스템 등이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이 펴낸 ‘물류로봇 시장동향과 수요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AGV와 AMR은 선별 작업 등이 필요한 제품을 자동으로 작업자에게 전달해주는 무인 운송기기다. 집품 시스템은 로봇팔이 탑재된 AI 기반 설비다. 이 설비는 개별 상품을 구별한 후 일일이 상자나 컨테이너에 넣는다. 무인 운송로봇은 재고를 옮기던 노동자의 다리 역할, 집품 시스템은 팔이 되는 셈이다.
현대위아 스마트솔루션 사업부, 지난해 매출 전년 대비 15.7%↑
국내 대기업 중 로봇 기반 스마트팩토리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곳은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다. 현대위아는 6000세트가 넘는 스마트팩토리 관련 로봇 시스템을 턴키(Turn Key·일괄수주계약) 방식으로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 현대위아 RnA(Robotics and Autonomous∙로봇을 중심으로 한 완성차 제조 공정) 사업부는 자동차 산업 자동화 솔루션의 일환으로 지난해 5월부터 현대자동차와 AGV를 개발하고 있다.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도 개발하고 있다. 또 무인 운송로봇 제어시스템(ACS)과 자율주행 알고리즘도 개발 중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현대위아 스마트솔루션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7%가량 증가한 5572억 원을 기록했다. 향후에는 이동차량 외관 검사 시스템과 주차 관제시스템 등 제품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위아, 2026년 이후 스마트팩토리용 공장 구축 목표”
현대위아는 “회사의 RnA 사업엔 지난 20여년간 축적된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생산기술과 공장자동화 기술∙노하우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과 차량 전동화 등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을 선도하기 위해 전문 연구인력을 투입했다”며 “RnA는 로봇기반 지능형제조솔루션 개발과 전동화 부품 생산기술 내재화를 통한 사업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위아가 RnA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모회사인 현대자동차의 다품종 소량 생산과 전기자동차(EV)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다. 이에 대비해 현대위아는 내년까지 10억 원을 추가 투입해 스마트솔루션 관리시스템을 개선하고 품질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위아는 “올해까지 생산설비와 물류공급을 통해 스마트팩토리 관련 기술을 내재화할 것”이라며 “2026년 이후 스마트팩토리 전용공장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정은 회장 일가 자금줄 된 현대무벡스, 물류자동화 사업 중심으로 성장 중
중견 기업 중에선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현대그룹의 현대무벡스의 물류자동화 사업 부문이 지난해 총 매출의 65.5%를 차지할 만큼 스마트팩토리 기업으로 꼽을 만한 곳이다. 해당 부문의 매출은 ▲2019년 1141억 원 ▲2020년 1457억 원 ▲2021년 1572억 원 등 지속 성장 중이다.
현대무벡스가 만드는 자동화 설비엔 AGV를 포함해 ▲스토리지 시스템(스태커 크레인∙미니로드∙랙) ▲셔틀 시스템(셔틀∙리프트∙HST∙GTP) ▲반송 시스템(컨베이어 벨트∙수직 반송기∙RTV∙EMS) ▲분류 시스템(DPS∙DAS) ▲전산 시스템(WMS) 등이 있다. 이들 설비는 고객사의 생산 공정부터 보관과 운송에 이르는 공급망 전체에 적용된다.
현대무벡스의 최대 주주였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지분은 2018년 43.52%에서 지난 2월 25일 25.31%로 대폭 줄었다. 3월 23일 현재 현대무벡스의 최대주주는 현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다.
현 회장에 이어 지분을 많이 보유한 주주는 고 정몽헌 회장과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부회장, 차녀 정영이 상무, 장남 정영선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 등이다. 현 회장 일가의 지분은 총 30%이며 지분 가치를 현 시세로 따지면 1000억 원이 넘는다. 이익이 늘어날수록 회장 일가에 돌아가는 이득이 커 업계에선 현대그룹이 물류자동화 사업을 중심으로 현대무벡스의 기업 가치를 더 키우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게차 업계 1위’ 두산산업차량, CES2022서 무인지게차 선보여
국내 지게차 시장 점유율 1위(2021년 기준 53.6%) 기업인 두산산업차량은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2022’에서 자율 주행이 가능한 무인지게차(무인 운송로봇의 일종)를 선보였다. 해당 차량에 있는 센서들이 작업자와 장애물을 빠르게 감지해 충돌을 막는다. 원격 관제 시스템과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동선을 효율적으로 설정하고 관리할 수도 있다.
두산산업차량은 자동 운전이 가능한 무인지게차를 스마트팩토리의 주요 구성 요소로 주목받으며 수요가 계속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현재 판매 중인 전동 무인지게차 외에 무인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AGV 제작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어디
중소기업 중에선 에스엠코어와 티라유텍, 유진로봇, 러셀로보틱스 등이 AGV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SK주식회사의 계열사인 에스엠코어는 ▲자기유도AGV ▲레이저유도AGV 제작사다. 에스엠코어는 자기유도AGV와 레이저유도AGV를 각각 대우자동차∙희성촉매, 종근당에 공급하고 있다.
에스엠코어는 항법 시스템(GPS)을 갖춘 AGV로 경로를 계산해 이동하는 무인지게차인 LGV도 만든다. 이를 포함해 에스엠코어는 20여개에 이르는 자동화 설비를 제작해 지난해 64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전년 대비 32.8% 줄어든 수치다. 에스엠코어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수주∙매출액 감소 등으로 인해 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진로봇이 개발한 3차원(3D) 라이다 센서는 AGV와 무인 지게차 등 여러 산업 분야의 실내용 자율주행기술에 적용돼 현재 위치를 인식하고 장애물을 감지한다. 해당 센서는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한 ‘2020년 산업기술 성과 16선’에 선정됐다.
이 같은 기술 고도화와는 별개로 유진로봇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2% 줄어든 276억 원을 기록했다. 유진로봇은 “자회사였던 가이아 주식을 매각한데 따른 영향”이라고 밝혔다.
엠투아이 HMI, 지난해 매출 374억…전년비 16%↑
엠투아이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의 요소인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와 원격 감시제어∙데이터수집시스템(SCADA),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 중소기업이다. HMI는 다양한 제어기기와의 통신으로 생산 현장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사용자 조작으로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SCADA는 발전시설과 제철소의 공장시설 등 산업 현장을 중앙에서 감시∙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앞서 언급한 무인 운송로봇과 HMI, SCADA 외에 기존 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바꾸려면 제품 생산 과정을 관리하는 상위 제조실행 시스템(MES)과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RP)이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에서 축적된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SAP, 오라클 등)과 시스템을 현장의 단말 제어기기와 연동하는 게이트웨이(관문) 시스템도 있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게이트웨이 시스템 구축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엠투아이의 HMI와 SCADA∙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6.0%, 72.3%씩 증가한 374억 원, 12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신제품 투자와 관련한 장비에 엠투아이의 HMI∙SCADA가 채택된 것 등이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원프레딕트, 한전∙에스오일 등에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공급…5년 간 490억 투자
비상장사 가운데 주목할 만한 국내 스마트팩토리 기업은 지난 2016년 설립된 원프레딕트다. 각종 설비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속도∙음향∙전류 등 다양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기기 상태를 예측하고 진단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어떤 장비와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도 분석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작업이 중요한데 원프레딕트는 이 분야에서 고도화된 기술을 갖고 있다. 설비의 데이터를 디지털화 한 뒤 원격으로 모니터링,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기술도 갖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엔 2000년대 초부터 연구한 예지보전(고장 가능성을 예상해 유지·보수하는 일) 기술이 밑거름이 됐다. 현재 원프레딕트의 관련 솔루션은 한국전력공사와 에스오일 등 주요 기업에서 이용 중이다. 3월 23일 기준으로 원프레딕트가 지금까지 투자 유치한 금액은 총 490억 원가량이다.
한편 3월 23일 시장조사 기관인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 제조 시장 규모는 지난해 2496억 달러(약 303조 원)였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올해 해당 시장의 규모가 지난해보다 11.3% 성장한 277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기술로는 AI와 클라우드(가상 서버), 빅데이터, 머신 러닝(기계 학습), IoT를 꼽았다.
(출처:http://www.epn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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