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를 만드는 현실적인 방법
인체기능 보조 ‘웨어러블 로봇’ 기술 급진전
먼 미래엔 사람처럼 팔과 다리가 달린 ‘인간형 로봇’이 실용화될 거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집안에서는 가사를 돕고, 전쟁이 일어나면 군인들 대신 적군과 싸워주고, 재난 현장에선 잔해를 치워가며 다친 사람을 도울 수도 있다고 여긴다.
먼 미래의 일이야 단정하기 어렵지만,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선 당분간 시간이 흐른다 해도 이런 일을 기대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자의적으로 주변 상황을 판단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해내기엔 로봇의 판단 능력, 이른바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지금보다 훨씬 더 진보되어야 한다.
물론 인공지능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 중이지만, 막상 로봇이 집안일을 능수능란하게 하도록 만드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다.
만약 찾아낸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의 어마어마한 컴퓨팅 파워를 투입해야 할 것이다. 바둑 한 판을 잘 두기 위해 알파고에 투입한 컴퓨터 자원이 한국에 있는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의 몇 대 분량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결국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기계가 할 수 없다면 사람이 하면 된다. 대신 인간의 힘을 키워주는 장치를 만들자’는 생각이다. 기계로 된 옷을 입고 강한 힘을 얻는 기술, 사람의 타고난 힘이나 장애를 로봇기술로 극복하는 장치, 이른바 웨어러블 로봇기술 개발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아이언맨 슈트’로 불리는 이유
웨어러블 로봇은 외골격(엑소스켈레톤) 로봇 등으로도 불린다. 흔히 유명 영화 제목을 빌려와 ‘아이언맨 슈트’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인체 기능을 크게 높여주는 ‘로봇 슈트’를 입고 악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첫째는 건강한 사람의 인체 기능을 한층 더 높여주기 위한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무거운 장비를 취급해야 하는 사람, 무거운 포탄 등을 취급해야 하는 군인, 재난현장에서 강한 힘을 빌려 써야 하는 구조대원 등의 사람들에게 필요성이 높다. 영화 속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아이언맨의 이미지와 겹쳐 보이고, 실제로 관련 분야에서 필요성도 높아보이다 보니 ‘웨어러블 로봇 = 아이언맨 슈트’라고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종류의 웨어러블 로봇은 팔다리가 완전한 사람의 움직임 조금의 오차도 없이 따라서 움직이며 동시에 강한 힘을 내는 것이 최선이다. 실제로 인간의 동작과 완전히 일치시키긴 어렵지만 개발자들은 이 목표를 좇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과거에는 ‘압력 센서’ 방식을 이용했다. 로봇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팔다리를 움직이면 로봇이 인체와 부딪히기 마련, 이 압력을 감지해 전기신호로 바꿔 로봇에 붙어있는 전기모터나 유압식 구동장치를 움직인다. 시간차가 발생하고 오작동 우려도 커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이 밖에 근육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인 ‘근전도’를 측정하는 방식, 힘을 줄 때 근육이 딱딱해지는 ‘근육 경도’를 감지하는 방식도 있다.
최근 많이 쓰이는 것은 ‘토크 감지’ 방식이다. 사람이 팔다리를 구부리거나 펼 때 관절에 걸리는 힘을 감지한 다음 동시에 따라서 움직인다. 이 밖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인간의 동작을 미리 어느 정도 예측해 최대한 시간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제한적이지만 사람의 뇌파를 감지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웨어러블 로봇 중 일부 실용화 수준에 도달한 것도 많다. 아직 복잡한 동작을 하기보다 단순 작업을 보조하는 형태의 제품 위주로 현실에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기술을 기술을 이전 받은 웨어러블 로봇 전문 기업 ‘에프알티’가 유명하다. 구조대원이 화재현장에서 높은 빌딩을 걸어 올라갈 때 사용하는 하체보조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2018년 약 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및 에프알티 연구진이 개발한 소방용 하체보조 로봇 하이퍼의 모습. Ⓒ 에프알티
신체마비 환자의 유일한 희망
일반적인 웨어러블 로봇은 군사용이나 재난구조용, 산업용 등으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응용해 환자들을 돕는 재활장비로서 연구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사고로 하체마비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은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한다. 이 경우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응용한 ‘로봇 다리’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 보행이 가능해진다.
이런 ‘척수환자용’ 외골격로봇이 개발된 것은 이스라엘의 리워크와 미국의 이레그스 등이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팀이 시험적으로 하체마비 환자용 웨어러블 로봇 ‘로빈’을 개발한 바 있다.
이 밖에 공경철 KAIST 교수가 대표로 있는 기업 ‘엔젤로보틱스’가 시판용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하체마비 환자용 웨어러블 로봇은 군사용, 산업용으로 쓰이는 일명 아이언맨 슈트와는 원리 면에서 차이가 크다. 비결은 ‘체중’ 감지에 있다. 사람은 왼쪽 발이 걸어나갈 때는 저절로 오른쪽 어깨를 앞으로 내민다. 발만 계속 걸어 나가면 엉덩방아를 찧기 때문이다. 로봇의 발 부분에 무게를 감지하는 ‘감압 센서’가 들어있어 무게를 느낀 것과 반대쪽에 있는 발을 앞으로 움직여 준다. 감압 센서가 붙은 전자 목발을 보조 장비로 이용하면 어느 정도 원활한 보행이 가능해진다.
미국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군사용 웨어러블로봇XOS. 강한 힘과 민첩성을 자랑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낮아 실용화의 걸림돌이 되고있다. ⓒ 레이시온
그렇다면 목 아랫부분이 완전히 감각이 없는 ‘전신마비 환자’의 경우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 이 경우에는 인간의 뇌파측정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성공사례도 있다.
2014년 열린 브라질월드컵 시축은 하체마비 환자가 뇌파 제어 헬멧을 쓰고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진행했다. 비록 하체마비 환자였지만 이날 환자는 EEG(뇌파측정장치)를 쓰고 머리에서 나온 뇌파만으로 공을 찼다. 이 기술을 응용한다면 먼 미래에는 전신마비 환자라도 뇌만 무사하다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체마비 장애환자인 줄리아노 핀토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시축하고 있다. 뇌파 조종만으로 축구공을 걷어찬 첫 사례다. ⓒ 브라질원드컵중계장면 캡처
웨어러블 로봇 기술은 활용도가 높다. 일부만 채용해도 다양한 발명품을 만들 수 있다. 특히 근전도 및 근경도 측정, 뇌파측정 등의 방법을 이용하면 기존 의족, 의수 등의 성능을 크게 끌어올릴 수도 있다. 웨어러블 로봇 기술이 꾸준히 높아지면 언젠가 장애가 큰 문제가 없는 세상이 올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관련 분야 연구개발에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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