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배후 밝혀낸 인공지능 기술
컴퓨터과학자들이 AI기술을 활용, 음모론 유포자 추적
미국민 상당수가 믿는 ‘큐아논(QAnon)’의 배후 지목
기계학습으로 음모론 글을 분석해 패턴을 찾은 뒤 추적
서로 다른 조사팀이 독립적으로 추적했으나 결과 일치
“미국 민주당 고위 관계자들은 사탄 숭배자들이다.”
“그들은 소아성애자며 어린이들을 인신매매하고 있다.”
“민주당 인물들과 빌게이츠, 조지 소로스 등이 참여하는 비밀 정부(deep state)가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대개 듣다가 실소하게 되는 이 이야기를 놀랍게도 미국민의 15%(약 4천 백만 명)가 믿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미국의 종교관련 비영리단체인 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와 Interfaith Youth Core가 지난해 3월 미국민 5천 6백여 명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한 결과다.
큐아넌(QAnon)이라고 불리는 이 음모론은 ‘비밀 정부 전복을 위해 폭력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신봉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유포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실제 지난해 1월 6일 벌어진 미국 국회 의사당 난입·폭동 사건은 이 음모론의 지지자들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12월 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벌어진 ‘코밋 핑퐁(Comet Ping Pong)’ 총격사건의 범인도 이 음모론의 신봉자였다. 두 딸의 아빠로 당시 28세였던 에드가 매디슨 웰치는 거주지인 노스캐롤라이나 샐리스버리에서 6시간 동안 차를 몰고 워싱턴DC 로 가 ’민주당 소아성애자들이 아이들을 지하실에 가두고 인신매매를 하는 본거지’라는 피자가게 코밋 핑퐁에 들이닥쳤다.
‘불쌍한 아이들을 구출하려는 일념’으로 총 세 자루를 준비해간 웰치는 가게 문을 박차고 들어가 아이들을 내놓으라며 주방쪽으로 총을 난사했다. 다행히 손님이 없었고 가게 직원들은 모두 대피해 희생자는 없었다. 그 가게엔 지하실이 아예 없었다. 곧 바로 체포된 그는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독립영화 두 편의 제작진으로 일하고 배우로도 출연했던 웰치는 평범한 가장이었으나 지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음모론)가 인터넷에도 올라 있는 것을 보고 사실로 믿어 범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런 사건들 때문에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큐아넌 신봉자들의 움직임을 ‘잠재적 테러 위협(potential terrorist threat)’으로 규정하고 있다.
큐아넌은 ‘미군 최상부 관계자로 기밀 접근 권한이 최고 등급(Q 레벨)인 익명의 인물’이라는 의미로 영어 철자 Q와 익명이라는 영어 단어 Anonymous를 합성한 것이다. 2017년 10월쯤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와 ‘4CHAN’, ‘8CHAN’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큐(Q)’라는 간단한 필명으로 음모론을 담은 일련의 글들이 계속 올라왔다. 큐아넌 음모론이 '운동'으로 본격 확산된 시점이다. ‘큐(Q)’는 과연 누굴까?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누가 큐아넌의 배후에 있나? 언어학자 탐정들이 지문을 발견했다(Who Is Behind QAnon? Linguistic Detectives Find Fingerprints)”는 제하의 기사에서 컴퓨터 과학자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음모론 유포를 주도한 인물 2명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음모론의 첫 사도(apotsle)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인근에 거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기술 전문 저널리스트인 '폴 퍼버(Paul Furber, 55세)'다. 음모론 확산을 부추긴 다른 한 명은 미국 아리조나주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중인 '론 왓킨스(Ron Watkins, 35세)'다.
두 사람은 모두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은 ‘큐’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큐’의 메시지들은 신뢰하며 높이 평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폴 퍼버는 미국 정치와 음모이론에 오랫동안 심취해온 인물이며 ‘큐’의 글에 감명 받아 ‘큐’처럼 말하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인터뷰에서 변명했다고 NYT는 전했다.
론 왓킨스는 ‘큐’의 첫 메시지가 올라갔던 '4CHAN'의 후속 사이트격인 ‘8kun’을 현재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선거운동자금 중 상당 부분이 큐아넌 운동 지지자들의 기부금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NYT는 밝혔다.
어떻게 찾았나
음모론의 배후를 쫒은 추적자는 '오퍼낼리틱스(OrphAnalytics)'라는 스위스 솔루션 업체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에 소속된 컴퓨터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포렌식 언어학(forensic linguistics)'을 이용했다. ‘포렌식’은 범죄과학, 과학수사, 감식 등의 의미로 쓰이는 단어로 포렌식 언어학은 오래전부터 범죄수사나 법조계 등 민간 영역에서 활용돼 왔다.
예를 들어 세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은 실제 그가 쓴 것인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가 보냈다는 편지는 누가 쓴 것인가? 비트코인의 발명자는 누구인가? 수혜자가 변경된 유언장은 고인이 쓴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수혜자로 포함된 누군가가 쓴 것인가? 등의 질문에 언어전문가가 포렌식 기법으로 글을 분석해 답을 찾아낸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과학자들은 하지만 전문가 의견에 기대는 대신 '스타일로메트리(stylometry)'로 알려진 수학적 접근법을 사용했다. 스위스팀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큐'의 글들에서 세가지 성격(three-character)의 패턴을 찾아낸 뒤 수많은 큐아넌 관련 글에서 같은 패턴들이 나타나는지를 살폈다.
프랑스팀은 얼굴인식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특징을 배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한 작가의 글에서 패턴을 찾아내 학습하는 인공 지능을 활용했다. 두 팀이 검색한 글은 10만 단어가 넘는 '큐'의 글과 각각 12,000 단어가 넘는 13명의 글들이었다.
비교결과 '큐'와 두 인물의 글은 스위스 팀의 조사에선 93%, 프랑스 팀에선 왓킨스 99%, 퍼버 98%의 유사성을 나타냈다고 NYT는 밝혔다.
머신 러닝은 해리포터의 작가 조안 롤링이 2013년에 ‘로버트 갤브레이스(Robert Galbraith)’라는 필명으로 ‘쿠쿠스 콜링’이라는 범죄 소설을 쓴 사실도 밝혀냈다. 미국 두퀴슨(Duquesne) 대학 컴퓨터과학과의 패트릭 유올라( Patrick Juola) 교수가 알아냈다. 그는 큐아넌의 배후를 찾아낸 연구팀들의 추적결과에 대해 “두 개의 독립된 분석이 같은 패턴을 나타냈다는 사실이 대단한 것”이라며 연구팀의 소프트웨어를 “사겠다”고 NYT에 말했다.
(출처:http://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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