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전산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소형모듈원전(SMR)이 원전업계 구원투수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소형모듈원전은 기존 대형원전의 3분의1에서 6분의1 출력을 가진 소규모 원전이다. 기존 대형원전은 '중후장대'하기 때문에 출력조절이 어렵고 사고시 전력망에 큰 타격을 준다는 단점이 있다. SMR은 이런 단점을 최소화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1년 5월 당대표 선출 뒤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미국과 SMR 협력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해 탈원전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 엇박자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SMR에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으며 선진국들이 앞다퉈 SMR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
그래서 일부 언론은 SMR이 기존 원전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매일경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청정 에너지원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연합뉴스TV는 "소형모듈원전, SMR은 LNG발전과 대형원전을 대체할 미래 원전으로 꼽히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기사에서는 SMR 개발현황과 신기술로서 기존 원전 대체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본다.
① 소형모듈원전(SMR) 정의와 장단점
소형모듈원전은 기존의 대형원전(1000~15000MW급)의 3분의1에서 6분의1 수준의 출력을 가진 소형원전을 말한다. 세계원자력에너지협회(IAEA)는 300MW급 이하를 소형원자로, 700MW급 이하를 중형원자로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500MW급 이하를 소형모듈원전이라고 말한다. 현재도 소형원자로는 존재한다. 다만 소형으로 원자로를 만들면 발전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대형원자로를 주로 만드는 것이다.
SMR에 '모듈'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유는 대형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이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된 원자로 모듈(module) 형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경수로 방식 대형원전의 경우 핵연료와 증기발생기, 펌프가 별도로 나뉘어져 있고 배관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배관은 안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해가 발생할 때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원전을 소형으로 만드는 이유는 출력이 적으면 사고시 나오는 붕괴열도 적기 때문에 식히기 쉽다는 이유 때문이다. 원전은 운전중 출력의 6~7% 정도의 붕괴열이 나온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당시 대지진과 쓰나미로 외부전력 공급망이 침수되어 노심을 식힐 냉각수 펌프가 중단됐고 핵연료 붕괴로 인해 방사능이 유출됐다. 후쿠시마 원전같은 대형원전은 냉각수 전원이 나가버리면 연료봉의 붕괴열을 식히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원전 출력이 애초에 작으면 방출되는 붕괴열도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식히기 쉽다. 그래서 원전을 일체형으로 만들면 원자로를 통째로 물과 같은 냉각재에 담아 식힐 수 있다는 것이 소형모듈원전의 개념이다.
최근 만들어지는 소형모듈원전의 장점 중 하나는 출력조절이 가능하게 설계된다는 점이다. 원전은 경직성 전원이다. 예를 들면 LNG발전의 경우 가스터빈을 켜고 끄는데 수시간이면 된다. 하지만 원전은 켜고 끄는데 며칠이 걸린다. 전력이 과잉 생산되어 발전소를 꺼야하거나, 과소 생산되어 켜야할때 원전으로는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원자력발전과 같은 경직성 전원은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다.
태양광이 늘어남에 따라 낮에는 전력이 과잉생산되고, 저녁에는 전력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한다. 풍력발전이 늘어남에 따라 바람이 많이 부는 며칠은 전력이 많이 생산되고, 안 부는 며칠은 전력 생산량이 줄어든다. 재생에너지가 발전소의 주류가 됨에 따라 자연변화에 따른 전력 생산량 변동에 기존 발전소들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원전은 기존 LNG는 물론 석탄발전소에 비해서도 대응 능력이 확연히 떨어진다.
게다가 전력생산이 분산화되면서 대형원전 한개가 전체 전력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사고로 대형원전 중단시 전력망에 주는 충격도 커진다는 의미다. 전력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전력 주파수가 일정하지 않으면 전기공급이 갑자기 중단될 수도 있다. 대형원전으로 인해 대규모 정전, 소위 블랙아웃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소형모듈 원전은 이런 대형원전의 단점을 보완하겠다고 원자력업계가 만든 발전장치다. 부하추종 설계가 되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며 백업 전원으로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거다. 건설부터 폐기까지 전주기를 고려할 때 탄소를 화력발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배출하는 것도 장점이다. 출력이 작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한두개가 갑자기 가동중단된다고 하더라도 전체 전력망에 주는 부하가 크지 않다.
종합하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우려되는 원전의 방사능 누출 안전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전력생산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발전소가 유연성을 갖춰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개발된 것이 소형모듈원전이다. 문제는 아직 상용화가 안됐다는 것, 그리고 기존 원전의 문제점인 방사성 핵폐기물을 대형원전과 동일하게 만들어낸다는 점, 관리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 그리고 더 많은 숫자의 원자로를 지어야 한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② 전세계 SMR 개발 상황은?
한국은 1997년 한국형 소형원자로 스마트(SMART)를 개발해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전세계 최초의 소형모듈원전이다.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는 것은 건설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설계도를 만들어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건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원자로는 크게 만들든 작게 만들든 안전 비용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작은 것을 여러개 만들면 오히려 관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원전의 장점은 방사능 유출 위험이 있고 핵폐기물을 만들어내더라도 발전단가가 싸다는 점인데 굳이 비싼 소형모듈원전을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었기에 굳이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를 한국에 지을 이유가 없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2015년 이슈브리핑에 따르면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SMR시장에 투자해 당시 45개의 모델이 개발되었으며 2014년 기준으로 운영중인 SMR은 2기였다. 중국의 CNP-300(300MW 가압경수로), 인도의 PHWR-220(220MW 가압중수로)가 소형원자로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이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일체형 SMR과는 거리가 있다. 대형원자로를 규모만 작게 만든 것일뿐 기술적으로 대형원전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SMR이 주목받은 것은 2017년 뉴스케일파워가 SMR을 개발하면서다. 이 업체는 2020년 SMR 설계인증을 받으면서 리더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설계도에 따르면 뉴스케일파워의 SMR은 원전 안전장치인 두꺼운 콘크리트 외벽 대신에 특수 금속 외벽을 설치하고 냉각수 펌프를 없앤 대신에 원자로 전체를 물에 담갔다. 또 하단의 핵연료와 상단의 증기발생기 길이를 늘려 자연적인 열순환이 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가 설립한 소형원전제조회사 테라파워는 소듐냉각 고속로를 개발중이다. 기존 원전은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킨 뒤 여기서 발생하는 열을 경수로나 중수로 등 물로 냉각한다. 반면 테라파워의 SMR은 냉각재로 소듐(Na)을 사용한다. 액체 소듐으로 냉각제를 사용해 노심 융용을 막을 수 있다고 업체측에서는 광고하고 있다.
전세계 원전의 절반이상을 지은 130년 전통의 웨스팅하우스는 소형원전을 개발했지만 경제성을 이유로 규모를 키우는 등 계속 설계변경을 했다. 1KW 건설단가가 2003년 1718달러에서 2020년 8500달러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다는 한국 원전의 1KW당 건설단가는 3000달러 수준이다. 기존 원전의 2배 이상 돈이 들어가게 되는 거다.
③ SMR은 기존 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나
SMR은 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첫번째는 경제성 문제다. 각종 안전문제, 그리고 방사성폐기물 배출문제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소(엄밀히 따지면 핵발전소 nuclear plant란 표현이 더 정확하다)가 이용된 이유는 가격때문이다. 같은 전기를 생산해내는데 원전이 가장 돈이 덜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원전 1기의 안전관리 비용은 비슷하기 때문에 무조건 크게 짓는 것이 경제성 측면에서는 유리했다. 기존 원전들이 다 중후장대한 이유다. 그런데 SMR 출력이 기존 대형원전의 30%에서 15%밖에 안된다. 기존 원전을 1기를 SMR로 대체하려면 최소 3기에서 6기를 지어야 한다는 거다. 세계 5~6위권의 원전대국인 한국은 현재 24기의 원전이 가동중이다. 이들을 대체하려면 이론적으로 적어도 70기에서 140기의 소형모듈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거다. 이렇게 될 경우 관리비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원전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뉴스케일파워의 SMR 한기 출력은 77MW다. 대형화력발전소와 원전이 1000MW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규모가 너무 작다. 뉴스케일파워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12기의 SMR을 묶어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내게쉈다. 하나의 메인 컨트롤룸에서 12개의 원자로를 동시에 가동하는 거다. 12기를 건설해서 가동하면 최소 2배에서 3~4배 이상 발전단가가 뛸텐데 이럴 경우 다른 발전소에 비해 경제적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
미국에서 화력발전소가 밀집되어 있는 와이오밍주에 SMR을 짓기로 최근 결정했다. 미국의 와이오밍주에서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테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준공에서 완공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으며 경제성이 충분히 담보될지도 미지수다.
더욱이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단가는 1년이 다르게 하락하고 있다. 원전의 사회적 비용(폐기물 처리 등)을 적용하면 이미 태양광 발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굳이 원전을 지어야 할 이유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때문에 출력조절이 어려운 원전은 점차 전력망에서 제외되는 추세다. 미국이나 영국에선 아직 수명이 남은 원전을 조기폐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두번째는 부지 확보다. 게다가 최대한 모아서 짓는다고 하더라도 부지 선정과 확보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원전 수십기를 우리 마을에 짓겠다고 하면 찬성할 지역주민이 얼마나 될까. 미국같이 땅이 넓어서 인적이 드문곳에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세계 최고의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SMR 수십기 건설계획은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세번째는 여전히 미심쩍은 안전문제다. 테라파워가 개발중인 소듐냉각 고속로는 기존의 영국 프랑스에서 개발했던 소듐냉각 고속증식로와 유사하다. 하지만 소듐이 배관 파이프 온도계 틈으로 새는 등 문제가 발생해 중도 폐기된 바 있다. 테라파워가 배관을 없애고 일체화하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11조원이 투입된 1995년 일본의 몬쥬 고속로 화재사고를 통해 소듐냉각 고속로의 위험을 알수 있다. 일본정부는 2016년 몬쥬 고속로 폐로를 결정했는데 현재도 연간 2000억원의 운영비가 투입되고 있다. 소듐과 함께 굳어진 핵연료를 외부로 꺼낼 수 없기 때문이다.
네번째 사용후 핵연료 역시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SMR이라고 해서 핵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는 아직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 핵연료) 처리장을 단 한개도 마련하지 못했다. 핵폐기물을 임시저장소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는 상황이다. 핀란드가 인류 최초로 심지층처분장 건설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얼마나 저장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국이 핀란드로 핵폐기물을 보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번째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해야하는 상황에서 소형모듈원전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다. 2030년까지 소형모듈원전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원자로는 건설까지 최소 10년에서 25년까지 걸린다. 소형모듈원전의 공기가 상대적으로 짧다고는 하지만 설계도면만 나온 상태에서 실제 완공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이나 에너지전환포럼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환경시민단체들이 소형모듈원전에 회의적인 가장 큰 이유도 탄소중립에 도움이 안된다는 점이다. 원전이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운영중에 배출하는 탄소는 원전이 다른 발전소에 비해 가장 적지만, 원전 건설부터 폐기까지 들어가는 탄소를 계산하면 원전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종합하면, 소형모듈원전은 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단점이 너무 많다. 대형원전은 물론 재생에너지에 비해서도 발전단가가 2~4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져 기존 원전이나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기술이 완성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언제 완공을 할지 미지수다. 방사성폐기물은 계속 나오기 때문에 폐기물 관리비용은 동일하며 원자로의 숫자가 대거 늘기때문에 부지선정에서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탄소 역시 원전이 많이 배출하고 있다.
그렇다고 소형모듈원전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수 없다. 짧은 시간안에 이런 단점을 보완할만한 기술적 혁신이 나온다면 기존의 대형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지속적인 기술개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현재로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기술에 인류의 미래를 걸만큼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SMR이 기존 발전소를 대체한다'는 현재로서는 대체로 사실 아님이다. 다만 향후 기술발전에 따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출처:http://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1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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