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미래의 모습을 다룬 영화, 드라마 등에서는 마음대로 접었다 펴는 디스플레이,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초소형 컴퓨터 등이 등장한다. 이런 IT기기는 더 이상 환상의 물건이 아니게 될 것이다. 이미 갤럭시 폴드, 갤럭시 Z 플립과 같은 폴더블폰이 등장했으며, 화면을 말았다가 펼 수 있는 롤러블 OLED TV도 등장했다.
이런 차세대 IT기기에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는 배터리, 플렉서블 배터리(Flexible Battery)다. 전자업계에서는 플렉서블 배터리가 반도체 뒤를 이을 또 다른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고 있는 만큼 그 입지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 개발된 플렉서블 배터리는 얼마만큼 발전을 이루었는지 살펴보자.
항아리 건전지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까지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도구인 배터리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서아시아의 파르티아 왕조 때 건전지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유물이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의미의 배터리는 1799년, 이탈리아의 알렉산드로 볼타가 만든 '볼타 전지'가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배터리는 크게 '1차 전지'와 '2차 전지'로 구분된다. 1차 전지는 한 번 사용하면 버리는 전지로, AA전지, AAA전지가 있다. 2차 전지는 방전된 뒤에도 충전해 재사용할 수 있는 전지로, 납축전지, 리튬이온 전지 등이 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는 작은 크기에 적절한 용량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어 스마트폰, 노트북과 같은 전자기기에 많이 사용된다.
자유롭게 휘어지는 플렉서블 배터리
리모컨에 들어간 AAA 배터리든, 삼성전자 갤럭시북 플렉스에 담긴 리튬이온 배터리든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휘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배터리는 크고 단단한 용기 내부에 양극과 음극, 전해질(전기가 통하는 물질), 분리막 등이 담겨 있다. 그래서 물리적 유연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달리 요즘 주목받는 플렉서블 배터리는 아주 유연하고 잘 휘어지는 전지를 말한다. 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에 쓰이는 액체 전해질 대신 필름 형태로 제작이 가능한 고분자 전해질을 사용하며 전극도 탄소 나노튜브나 그래핀 등의 신소재를 채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플렉서블 배터리는 유형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먼저 얇은 필름처럼 만들어져 잘 구부러지는 ‘박막형 배터리’가 있고, 곡선 형태로 휘어진 '커브드 배터리', 종이처럼 얇게 찍어낼 수 있는 '프린티드 배터리'도 있다. 이외에 케이블 형태의 '케이블 배터리', 종이 소재로 제작된 '종이 배터리' 등도 있다.
플렉서블 배터리, 왜 중요한가?
플렉서블 배터리는 일반 배터리와 달리 제품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크기나 모양으로 절단/압연할 수 있어 다양한 IT기기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다른 배터리 위에 플렉서블 배터리를 쌓아두는 것만으로도 확장성이 생긴다는 이점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플렉서블 배터리는 점점 시장이 커져가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기에 최우선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령, 스마트워치나 스마트글래스에 플렉서블 배터리가 적용되면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의류의 가능성을 한 차원 더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게다가 디바이스의 디자인에 따라 맞춤형 주문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노트북, TV 등의 폼팩터를 새롭게 바꾸는 데도 기여도가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플렉서블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더 적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다양한 부품에 부착할 수 있어 전기차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외 기업들, 플렉서블 배터리 시장에 도전
앞으로 다양한 IT기기에 사용될 플렉서블 배터리 시장의 미래는 밝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은 글로벌 플렉서블 배터리 시장이 연평균 46.6% 성장해 2022년에는 9억 5,84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만큼 국내외에서 플렉서블 배터리 기술 개발에 나선 글로벌 기업들이 많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위한 플렉서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고, LG화학은 꽈배기처럼 꼬인 양극을 이용해 자유롭게 휘어지는 케이블 배터리를 개발했다.
국내 벤처기업도 플렉서블 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제낙스는 휘거나 구부릴 수 있고, 다양한 모양으로도 변형 가능한 'J.Flex'로 업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배터리는 구부렸다 펴도 성능이 동일하고, 디바이스 디자이너가 원하는 다양한 형태로 제작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파나소닉이 0.45mm 두께의 플렉서블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나섰으며,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는 반도체 제조공정을 기반으로 초소형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 영국의 다이슨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 주력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플렉서블 배터리, 앞으로의 과제는?
플렉서블 배터리는 현재까지 등장한 것만으로도 큰 충격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더 많은 디바이스에 다양하게 적용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먼저 제품의 '가성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플렉서블 배터리는 일반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는 30% 정도 낮지만 가격은 더 비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수의 수요처가 확보되고 플렉서블 배터리 양산 기술이 고도화되어야 한다.
내구성과 안정성도 중요하다. 플렉서블 배터리가 폴더블폰이나 스마트워치 등에 적용되려면 여러 번 구부러져도 성능에 변화가 없고, 전해질이 분출되는 등의 사고가 없어야 한다. 특히 인체에 밀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적용되려면 안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플렉서블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간다면 컴퓨터, 스마트폰에서 전기차까지 다양한 분야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플렉서블 배터리를 통해 우리가 사용하는 IT기기가 어떠한 모습으로 진화할지를 다함께 지켜보자.
(출처:https://www.ilovep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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