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에 이어 자율항해 시대 열렸다
전기로 운항하는 자율운항 선박 세계 최초로 출항
화물이 가득 찬 컨테이너선을 조종하는 항해사들은 한번 출항하면 몇 주씩 바다에서 머물기가 일쑤다. 그 사이 집채만 한 파도를 만나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거나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자율운항 선박이 노르웨이 연안을 항해하고 있다. ⓒ yara.com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항해사들의 근무지가 배가 아닌 육지에 위치한 데이터 관제센터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자율 항해 컨테이너선이 세계 최초로 항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자율운항 선박
세계 최초로 자율 항해에 나선 컨테이너선의 이름은 노르웨이의 ‘야라버켈란트(Yara Birkeland)’호다. 선박을 제작한 조선업체인 야라(Yara)의 창업주이자 공학자인 ‘크리스티안 버켈란트(Kristian Birkeland)’ 박사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명명했다.
야라버켈란트호는 80m의 길이에 폭 15m, 그리고 3,200톤의 배수량을 갖춘 중형급 컨테이너선이다. 100개에서 120개 정도의 컨테이너를 적재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되고 있는데, 이는 연간 4만 대 정도의 트럭이 운송할 수 있는 화물과 맞먹는 규모다.
규모와 형태만 놓고 보면 지극히 평범한 컨테이너선이지만 전 세계 해운업계가 이 선박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움직이는 세계 최초의 자율운항 선박이기 때문이다.
야라버켈란트호가 자율운항이 가능한 선박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율주행 및 자율운항 기술에 있어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콩스버그(Kongsberg)사의 지원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업체의 기술이 접목된 자율운항 선박은 비록 제한적인 구간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자율적인 운항과 자동도킹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별도의 승무원 없이도 자율적으로 일정 구간을 항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라호는 운항 외에도 선적이나 집하 같은 화물 관련 작업도 자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 yara.com
테스트를 위해 항해하는 이번 출항에서는 만일을 대비해서 승무원이 탑승했지만, 항해와 관련된 모든 작업은 야라버켈란트호에 탑재된 자율운항 시스템과 육상에 마련된 데이터 관제센터에서 진행한다는 것이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운항만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컨테이너 적재 및 하역, 그리고 계류 등도 자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당분간은 최소한의 운항 인력만 투입되지만 고도의 자동화와 무인화를 통해 대폭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율운항 외에 야라버켈란트호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테슬라 전기차 100대분인 6.8MWh의 배터리가 탑재된 이 선박은 배터리 시간 때문에 장거리 항해는 못하고 노르웨이 해안에서 연안 수송 임무를 주로 담당할 예정이다.
비록 야라버켈란트호가 당분간은 연안 수송 업무에 집중적으로 투입될 예정이지만, 4만 대의 디젤 트럭이 처리할 화물을 전기를 이용해 이동하기 때문에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와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관련하여 야라의 ‘토르 홀스더(Tore Holsether)’ 대표는 “오로지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로만 컨테이너선이 작동하기 때문에 오염물질 배출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화물선에 승무원이 필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엔진의 유지 보수 때문인데, 엔진 자체가 없으니 선원을 탑승시킬 이유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승무원이 필요 없다는 것은 그만큼 선박을 운영하는 데 있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자율항해 선박들의 운항이 본격화된다면 해운 회사들 입장에서는 큰 폭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포항 운하에서 자율운항 시현 성공
시작은 외국 선박업체들에 비해 늦었지만, 국내업체들도 자율항해 선박 제작에 참가하여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H그룹의 사내 벤처 1호로 출범한 선박 자율운항 전문기업인 아비커스(Avikus)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경상북도 포항 근처의 운하에서 열린 선박 자율항해 시연회에서 12인승 크루즈 선박을 자율적으로 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총 길이 10km 정도에 달하는 포항 운하는 수로의 평균 폭이 10m로 좁은데다 선박이 밀집되어 있어 복잡하고 까다로운 운항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연회에서 개발사는 인공지능(AI)이 선박의 상태와 항로 주변을 분석해서 이를 증강현실(AR) 기반으로 항해자에게 알려주는 모니터링 시스템과 선박의 접안 지원 시스템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자율운항을 선보였다.
포항 운하를 따라 항해하고 있는 국내 최초 자율운항 선박 아비커스 ⓒ Avikus
이렇게 까다로운 수역에서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아비커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율운항시스템에 통신사의 5G 기반 원격 제어시스템이 더해져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재되는 레이저 기반의 센서인 라이다(lidar)와 특수 카메라를 선박에 적용하여 별도의 승무원 없이도 높은 파도나 다른 어선과의 충돌 등 어떤 돌발 상황에도 선박 스스로가 대처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아비커스는 시연회 성공을 바탕으로 자율운항 관련 기술을 더욱 개발하여 여객선이나 화물선 같은 모든 선박에 확대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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