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AI] "AI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국가 안보 강화, 인공지능이 함께 한다
영상분석 AI 기술로 적 이상상황 탐지
인공위성 연계해 적 이상 징후 포착
AI로 100% 안보 보장 못 해...도구로 활용해야
"안보에 AI 적용하기 위해선 설명가능성 뒷받침 필요"
안보 분야에 AI 기술 도입이 많아지고 있다. (출처=셔터스톡)
군대를 다녀오신 분이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군대에 입대해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일은 가끔 따분하게 느껴진답니다. 주둔지 외부를 일정하게 감시해야 하고 잘 보이지도 않는 적 동향을 살피는 일은 지루함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죠. 하지만 언제 비상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임무가 경계입니다.
군 복무기간 동안 GP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차라리 카메라나 장비로 보이는 장면을 컴퓨터가 분석해 이상상황이 생기면 자동으로 알려줬으면 좋겠다고요. 사실 여러 사람이 경계 임무를 한다고 하지만, 24시간 100% 집중력을 갖고 임무를 수행할 순 없어요. 차라리 컴퓨터가 보조 역할을 한다면 피로도도 감소하고, 더 철저한 경계가 가능해질 것이라 생각한 거죠.
그런데 실제로 이러한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인데요. 영상분석 AI 기술 등이 도입되면서 특수카메라 등에 찍힌 영상을 AI가 분석, 이상상황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군가 안보 강화를 위해 적용되고 있는 AI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겨울철, 사람 대신 눈을 치워주는 AI가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현재 적용되고 있는 기술은 무엇이 있는지, 안보 강화를 위해 어떤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지 등을 [위드AI] 기획에서 종합해보았습니다.
경계 임무의 숨은 조력자, AI
가장 먼저 소개할 기술은 위에서 잠깐 언급한 영상분석 AI 기술입니다. 비전(Vision) AI라고도 하지요. 알고리즘으로 영상을 인식하고 분석·처리하는 기술입니다. 비디오 영상 속 사람, 차량, 사물 등의 객체를 AI가 검출·인식하고 이상 상황 여부를 학습된 알고리즘으로 판단하는 기술이지요.
무한한 집중력과 체력을 가진 로봇이 계속 CCTV 영상을 감시한다고 보면 돼요. 이 로봇에게 "이건 불이 난거야", "이건 사람이 쓰러진거야"라고 알려주고,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경고메시지를 보내줘"라고 지시를 내린 거죠. 로봇은 계속 영상을 보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즉시 관리자에게 알려주겠죠? 이것이 바로 비전 AI 기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기술은 지자체나 기업에서 사람이 쓰러지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빠르게 감지하고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데요. 화재 감시나 치안 강화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고 해요.
물론 국방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경계 초소나 GOP, GP, 철책선 등에 설치된 카메라 영상을 AI가 분석할 수 있게 하는 거죠. AI에게는 "평소 적이 이렇게 있는데 이쪽 방향으로 이동하면 알려줘", "누군가 우리 초소에 가까이 오면 바로 알려줘"라고 교육을 하는 겁니다.
학습을 받은 AI는 이상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경고음으로 상황을 알려줍니다. 동시에 영상 속 이상상황을 보이는 개체를 빨간색 네모 칸 등으로 별도로 표시해주죠. 그러면 관리자는 즉시 영상을 보고 이상상황이 맞는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어요. 사람이 경계하는 방식보다 더 철저하고 신속한 경계 임무가 가능해지는 거죠.
주요 시설과 경계지역에 있는 카메라의 영상을 AI가 분석해 이상상황을 관리자에게 알려주는 기술이 도입됐다. (출처=셔터스톡)
AI는 감시하는 임무 외에도 촬영되는 적을 계속 추적하는 역할도 할 수 있어요. 카메라에 촬영된 특정 개체를 지속 추적해 영상을 표출해주는 거죠. 귀순자가 남하하거나 적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을 때 계속 위치를 추적해나가 지속 감시할 수 있답니다.
실제로 이러한 기술들을 GP나 GOP 등의 경계와 청와대 등 주요 시설에 탑재됐다고 해요. 영상분석 AI 업체 인텔리빅스 관계자는 "군에서 사용하는 특수 카메라에 촬영된 영상을 AI가 분석하는 기술을 2017년부터 공급해왔다"면서 "영상에 촬영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상황을 알려줌으로써 사람이 하던 방식에 정확도를 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AI, 인공위성 영상 활용해 적 동향 분석한다
AI를 활용한 영상분석이 군 특수 카메라나 CCTV에 촬영된 영상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다 더 크게 활용할 수 있지요. 예로 들면 인공위성이 있겠네요.
영화에서 보면 종종 인공위성 영상을 컴퓨터로 빠르게 분석해 도주하는 사람과 차를 탐지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모습은 실제로도 볼 수 있게 됐는데요. 해상도 문제로 사람까진 추적할 수 없지만, 비행기, 자동차 등은 추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국내 인공위성 기업 쎄트렉아이(Satrec Initiative)의 자회사인 에스아이에이(SIA)는 위성·항공 사진을 AI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공급하고 있는데요. 전태균 SIA 대표는 <AI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에 있는 30여 곳 군사 공항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항공기가 어떻게 운행되고 있는지 살피고, 차량 이동과 교통량도 살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방 분야에서 객체검출이나 이상 상황을 탐지하는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고도 강조했지요.
인공위성 영상을 분석하는 AI 기술로는 변화탐지 기술이 주로 사용됩니다. 잠수함이 모습을 감추거나 비행장에 이륙하는 비행기가 많아지는 등 평소와 다른 변화가 발생했을 때 AI가 이를 감지하고 지휘관에게 알려줍니다. 인공위성 영상을 분석하는 직업인 판독관의 역할과 유사하다고 보면 됩니다.
SIA는 인공위성 영상을 활용해 항공기 등의 객체를 분석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SIA)
SIA의 경우 영상 분석 기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실제로 판독관으로 근무하신 분들을 'AI 선생님'으로 모시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AI에 전수하는 것이죠. 이렇게 학습한 AI는 보다 높은 정확도로 적을 감시할 수 있겠죠?
"AI만 믿고 있다간 큰 코 다쳐요"
AI가 군사 안보에 도입되는 점은 긍정적은 측면이 많습니다. 사람의 역할을 AI가 보조해 경계를 더 촘촘히 할 수 있어서지요. 하지만 AI만 믿고 임무를 하지 않는 것은 금물입니다. 학습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AI는 이상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AI를 취재하면서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는 AI는 초등학생 수준이라는 겁니다. 보통 사람들은 AI에 대해 만능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아직 성인 사람의 수준보다 한참 아래라는 것이지요.
전태균 SIA 대표는 "AI 영상분석 기술은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람보다 정확하진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인텔리빅스 관계자 역시 "AI로 사람을 대체하기 보단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지요.
예를 들어서 산에서 사람이 실종됐고, 그 사람을 영상분석 기술로 찾는다고 가정을 해볼게요. 흔히 실종된 사람을 찾을 때 열화상카메라를 사용해 찾고 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난 실종자의 경우 안타깝게도 숨진 경우가 많아 체온으로 탐지하긴 쉽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AI를 활용한 영상분석을 활용하면 유리하게 찾을 수 있는 거죠.
그런데 AI 영상분석 기술로 실종자를 산악 지형에서 잘 찾을 수 있을까요? 국립소방연구원 측은 지금으로선 쉽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김황진 국립소방연구원 연구관은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무인이동체 산업엑스포' 내 세미나에서 "AI 기반 영상분석에 사용되는 개체인식 기술은 개활지에선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반면, 산악지형에서는 객체를 정확하게 탐지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산악지형이 단풍에 따라 색이 다르고, 활엽수·침엽수 등 다양한 지역이 있어 인식률을 높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개활지에서 실종자를 찾는 경우에는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사람이 봐도 찾을 수 있지만, 산악지형은 사람 눈으로도 찾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위 사례가 보여주듯 AI는 상황에 따라서 혹은 기술에 따라서 정확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업체가 "우리 AI 기술은 정확도가 100%에 가까워요"라고 얘기해도 환경이 달라지면 정확도가 10%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AI를 100% 믿기보단 보조수단이자 도구로 생각해야 해요. 아직 세상에 완벽한 AI는 없답니다.
"국가 위기관리에 AI 적용하기 위해선 신뢰성 검증돼야"
그러면 AI는 안보향상을 위해 영상분석 임무 외에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행정안전부 비상계획전문경력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원상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긴급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AI가 할 수 있다고 얘기했어요.
보통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중앙부처와 지자체, 각 행정 기관에는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하는지에 관한 매뉴얼이 있어요. 이 매뉴얼은 현장에서 상항이 발생하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즉시 적용해야 하는 조치 사항이죠. 그런데 상황이 발생하면 관리자와 담당자가 매뉴얼대로 행동하기가 어려워요. 워낙 시나리오가 많고, 내용이 다양하기 때문이죠.
최원상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AI가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어요. "AI는 매뉴얼의 내용과 대응, 복구에 가용한 자원에 관한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결정권자가 빠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지요.
최 교수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디에 있는 몇 대의 차량이 몇 번 도로를 이용해서 이동하면 몇 시에 도착해 가장 가까운 의료시설로 후송할 수 있는 식의 여러 시나리오를 AI가 순식간에 계산해 의사결정권자에게 알려줄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재난 등 국가위기 상황에서 더 많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요.
그런데 의사결정 수단으로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이 있어요. 신뢰성이죠. 만약 AI가 엉뚱한 데이터를 학습해 이상한 가이드를 내린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겠죠?
예를 들어 북한이 사이버 해킹을 통해 사이버 상에 거짓 뉴스를 퍼뜨렸어요. 북한이 한국의 대북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종전선언을 환영한다는 거짓 뉴스를 퍼뜨리고, 뒤에서는 한국에 위기를 초래할 군사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거죠. AI는 이러한 거짓 뉴스를 학습해 위기 상황 수준이 매우 낮다고 정책결정권자에게 알려줄 수 있어요. 이 경우 국가안보에 큰 위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안보 향상에 AI 기술을 도입하는데 앞서 신뢰성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출처=셔터스톡, 편집=김동원 기자)
최 교수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AI 신뢰성을 향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왜 AI가 그러한 결정을 도출했는지 의사결정권자에게 설명해줘야 한다고 했지요. 적어도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한 결과 이런 결론이 나왔다는 것은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이죠.
그는 "국가 기관에서 위기관리에 AI 기술을 활용하려면 '설명할 수 있는 AI'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어요. 사실 신뢰성 문제는 AI가 가진 가장 큰 현안 과제에요. 신뢰를 갖추지 않는 한 안보든 산업 분야든 적용하기가 어렵죠. 어서 이 숙제가 해결되어 국가 위기관리와 안보 향상에 더 많은 AI 기술이 사용됐으면 합니다.
(출처:http://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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