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노트북의 투명필름…우주선 창문 만들려던 소재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투명PI. [사진 제공 = 코오롱인더스트리]
2019년 7월,일본 정부가 한국을 대상으로 수출 규제를 하겠다고 발표한 세 가지 소재 중에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가 있었다. 폴더블(접히는) 디스플레이 앞에 부착하는 투명PI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시장이 태동하는 상황에서 투명PI에 대한 수출 규제에 국내 전자 및 반도체 업계는 주춤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투명PI 문제는 손쉽게 해결되는 모양새다. 10여 년 전부터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을 예견하고 투자해왔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때마침 양산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필름은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기 위한 덮개에 해당한다. 디스플레이를 보호해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는 만큼 단단해야 한다. 디스플레이가 구현하는 색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투명해야 했다. 디스플레이가 포함된 전자기기는 얇은 유리를 필름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쉽게 깨지는 유리를 폴더블폰에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 세계 많은 과학자들과 기업들은 유리를 대체할 투명한 필름 후보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단단하면서도 접을 수 있는 소재는 플라스틱밖에 없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소재는 1960년 듀폰이 개발해 상용화한 PI였다. PI는 우수한 내열성과 기계적 특성으로 두께가 얇은 회로기판용 필름으로 주로 사용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선 창문으로 쓰려고 연구했을 만큼 PI의 기계적 성질은 우수했다. 하지만 결국 PI의 우주선 창문 적용은 불발됐다. PI가 갖고 있는 불투명한 성질 때문이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5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PI의 상업화에 성공했지만 PI가 갖고 있던 특유의 노란색을 없애진 못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투명PI 개발에 뛰어들었던 이유는 디스플레이 산업계의 변화 때문이었다. 2000년대 초반 디스플레이 산업은 CRT와 LCD를 거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등장하던 시기였다. 디스플레이가 점점 작고 선명해지면서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전자기기들이 태동하던 때였다. 미래 디스플레이는 유연하고 가벼울 뿐 아니라 돌돌 말 수 있는 다양한 형태가 될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미래 디스플레이에 쓰일 수 있는 소재는 투명PI밖에 없다고 판단해 2006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10년 가까이 연구개발(R&D)이 지속됐다.
투명PI와 같은 고분자 수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원료를 화학적으로 결합해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중합'이라고 표현한다. 중합반응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즉 온도와 압력 등의 변화에 따라 원료 간 결합이 달라진다. 새로운 원료를 첨가해보고, 중합반응을 달리하는 등 수천 번의 실험을 거친 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투명PI 개발에 성공했다. 10년 동안 수백억 원을 투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6년 국산화에 성공했고 2019년 하반기, 세계 최초로 투명PI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PI는 상온뿐 아니라 60도, 영하 25도 등 극한 환경에서도 20만번 이상 접었다 펴는 테스트를 통과할 정도로 물성이 뛰어났다. 결국 이달 초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PI는 글로벌 PC업체 레노버가 출시한 세계 최초 폴더블 노트북인 싱크패드 X1폴드에 적용됐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소형 폰에서 태블릿, 노트북 등 중대형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연평균 약 131%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폴더블폰도 UTG가 대세
커버유리 UTG 적용 확대...투명 PI 필름은 위축
샤오미ㆍ비보ㆍ아너 등 UTG 폴더블폰 출시 계획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2(2020년 모델)
폴더블폰 커버유리 시장에서 울트라신글래스(UTG) 점유율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중국 휴대폰업체들도 속속 UTG를 적용한 폴더블폰을 내놓을 예정이어서다. 이에 따라 경쟁 소재인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 입지는 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 나올 중국 주요 업체의 폴더블폰 신제품은 커버유리 소재로 UTG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제껏 UTG를 적용한 폴더블폰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Z플립과 갤럭시Z폴드2 등 두 모델이 전부였다. 올해 상반기에 나온 중국 화웨이의 메이트X2, 샤오미의 미믹스폴드의 커버유리는 투명 PI 필름이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중국 업체들도 UTG 적용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샤오미는 하반기에 출시하는 미믹스폴드2에 처음으로 UTG를 적용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UTG를 탑재한 8.01인치 내부 화면을 생산하고, 6.52인치 외부 화면은 중국 CSOT가 맡는다. 전작(미믹스폴드)의 내외부 화면은 모두 CSOT가 생산했다.
비보도 8인치 내부 화면, 6.5인치 외부 화면을 갖춘 폴더블폰을 4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역시 커버유리에 UTG를 적용한 제품이다. 내부 화면은 삼성디스플레이, 외부 화면은 중국 BOE가 각각 생산한다.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HONOR)도 UTG를 적용한 폴더블폰 '아너매직폴드'를 준비 중이다. 8.03인치 내부 화면과 6.45인치 외부 화면 모두 BOE가 생산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BOE가 선보이는 첫번째 UTG 적용 폴더블폰 패널이 될 전망이다. BOE는 UTG 유리원장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화면이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의 7.6인치 폴더블폰을 준비하고 있다. 연내 출시가 유력하다. 픽셀폴드(가칭)라고 불리는 이 제품도 커버유리에 UTG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다.
독일 쇼트(Schott)의 울트라신글래스(UTG)
아울러 오포도 7.1인치 내부 화면과 5.45인치 외부 화면의 폴더블폰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보다는 내년 출시 가능성이 크다. UTG를 채용한 내부 화면은 삼성디스플레이, 외부 화면은 BOE가 생산한다. 저전력 사용에 유리한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박막트랜지스터(TFT)도 적용할 계획이다. 앞서 오포는 올해 초 7.1인치 내부 화면, 1.5~2인치 외부 화면의 클램셸 형태 폴더블폰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UTG 시장이 커지면서 미국 코닝이 독일 쇼트를 추격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현재 삼성전자 폴더블폰의 UTG 유리원장은 모두 쇼트 제품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중순 시장조사업체 DSCC는 삼성전자가 다음달 공개할 예정인 갤럭시Z플립3(가칭) UTG용 유리원장을 쇼트와 함께 코닝도 공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쇼트 독점'에서 '쇼트-코닝 이원화'로 바뀔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코닝의 유리원장은 아직 생산수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코닝은 폴더블폰용 커버유리를 '벤더블(bendable) 글래스'라고 부른다. 코닝이 생산하는 UTG용 유리원장 두께는 50마이크로미터(um)로 알려졌다. 폴더블폰에 적용할 수는 있지만 쇼트가 삼성전자용으로 삼성디스플레이에 독점 공급하는 30um 유리원장보다는 두껍다. 삼성전자는 코닝에서 50um 유리원장을 받아 식각(에칭)하고 후가공 처리할 업체를 물색 중이다.
한편 폴더블폰 패널 가격은 150~250달러로 일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가격(80달러)보다 2~3배 높다. 높은 가격 외에 제품 두께와 패널 무게 등이 폴더블폰 대중화의 주요 걸림돌이다.
(출처: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04/360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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